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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세상을 보다: 성소작지의 지혜 (8)

ideas2041 2025. 2. 23. 00:58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보다: 성소작지의 지혜

우리는 매일 오감(五感)을 통해 세상을 경험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이 모든 감각들이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오감을 통한 인식을 '전5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봅니다. 이 안경은 우리의 경험, 선입견, 욕망, 그리고 업(業)으로 만들어집니다. '보는 대로(자신의 안경으로 보고서) 그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적인 인식 방식입니다.

 

이때 우리의 감각기관은 업식(業識)의 도구가 되어 세상을 왜곡되게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진실한 세상이 아닌, 자신의 편견과 욕망에 의해 왜곡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성소작지(成所作智)의 지혜는 이러한 '안경'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이는 '새어나감이 없는' 또는 '깨진 독이 없는' 순수한 지혜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의 전5식을 바꾸어 이러한 지혜를 이루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혜로 사물을 보게 되면, 같은 감각기관이라도 그 쓰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 업력(業力)이 원력(願力)으로 바뀝니다: 과거의 행위에 의한 힘이 중생을 구제하려는 서원의 힘으로 전환됩니다.
  2. 이기심이 자비심으로 바뀝니다: 자신만을 위하는 마음이 모든 존재를 위하는 마음으로 변화합니다.
  3. 죽이는 칼이 살리는 칼로 바뀝니다: 해를 끼치는 도구가 생명을 구하는 도구로 그 용도가 바뀝니다.

성소작지의 지혜는 단순히 개인의 깨달음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지혜는 우리의 행동과 말, 생각이 모두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만듭니다. 마치 맑은 거울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듯, 우리의 순수한 마음은 세상의 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조금씩 우리의 '안경'을 벗고, 감각을 순수하게 만들어가는 노력을 한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소작지의 지혜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삶의 방식입니다.